Mitrade 달러/ 엔 환율 차트
미국 국채의 최대 매수자였던 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세가 거셉니다. 엔화 가치가 역대 최저로 하락한 가운데 자국 통화 방어가 필요해졌기 때문인데요. 이를 위해 일본은 미국 국채를 포함한 해외 채권 보유량을 상당 수준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일본의 미국 채권 매도 배경과 원인, 그 영향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쉽게 말하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지고 있는 미 국채를 엔화로 바꾸고 있는건데요.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서 돈이 미국에 쏠리자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사실 엔화 뿐만 아니고 대부분 통화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여건상 금리를 올릴 수 없습니다(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그래서 대신 미 국채를 팔아 달러 자산을 엔화로 바꾸려는 것이죠. 이른바 ‘환율 방어’ 정책으로 엔저를 버티는 겁니다.
환율 방어란 시장에 달러를 팔고 원화로 사게되면, 시장에 원화 양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직접 외환 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임의로 조작하는 것이죠.
엔화가 달러 대비 30년 만에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22일 정부 차원에서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는데요. 이는 199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발표 이후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올해 들어 2번째로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이 미 국채를 매도하는 이유는 미국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미국/일본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에서 개입해 미 단기 국채와 달러를 매도하고, 최근에는 약 6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외환 시장에 투입해 엔화를 사들였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미국 국채 매수세가 부진해지면서 미 국채 금리는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일본은행(BOJ)은 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고 거듭 언급한 상황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되고 연준이 기준 금리를 계속 인상한다면 일본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이 경우 일본의 기관투자자의 미 국채 매도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 세계 국가배출 비율 순위 (이미지 출처 : 매경 프리미엄)
일본이 금리 인상으로 엔화 하락을 방어할 수 없는 이유는 <국가 부채 부담> 때문입니다. 일본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전 세계 2위 수준입니다. G20 국가로 한정했을 때는 압도적인 차이로 1위인데요. 참고로 전 세계 GDP 대비 정부 부채 1위는 베네수엘라로, 비율이 355%에 달합니다.
일본은 국채 이자 지급으로 연간 예산의 20%를 넘게 사용합니다. 여기서 금리가 2% 오르면 전체 예산의 30% 가량을 이자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때문에 일본은 물가가 오르고 있어도 금리 인상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달러 강세를 방어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일본만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엔화 가치 급락은 어쩔 수 없는 운명같은 셈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최악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영국 국채시장 혼란 여파까지 더해져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게다가 엔화 폭락을 막기 위한 일본의 매도세까지 거세진 상황입니다. 만약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를 대량 매도하거나 자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25%로 유지하는 정책을 포기하는 경우 세계 채권시장은 그야말로 혼돈의 소용돌이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머니투데이)
일본은 ‘월가 큰손’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일본의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미국 월스트리트에도 불안한 분위기가 번지고 있습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채에 대한 매력도가 하락하면서 뉴욕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는데요.
수 년 동안 일본은 미 국채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국가 중 하나였고, 덕분에 미국 기업 및 소비자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는데요. 세계 3대 경제국 일본은 실제로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채권국입니다. 올해 8월 기준 일본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1조 2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변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미 국채 단기물 매각은 물론, 일본의 기관투자자 일부 역시 미 국채를 포함해 외국 채권을 상당 수준 줄여나가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환율 변동에 따라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매수 시 헤지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엔화 환율이 오르면서 같은 달러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일본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낮지만 헤지 비용없이 매입할 수 있는 일본 40년물 채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미국 금융 시장은 과거 이력 때문에 더 불안할 수 밖에 없는데요. ‘큰손’인 일본이 발을 뺄 때마다 미국 채권시장의 최악의 매도세를 수 차례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뉴시스)
앞으로 일본이 다시 미 국채를 매수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미국 재무부, ‘바이백’ 프로그램 도입 검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올해 1월 1.631%에서 지난 10월 21일 장중 한 때 4.3%를 넘어가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984년 이후 처음으로 12주 연속 최장기 상승세를 보인 결과입니다.
미 국채 금리가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국채 가격 폭락’을 의미합니다. 곧 금융 시장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인데요.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 재무부는 20년 만에 국채를 사들이는 ‘바이백’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를 통해 “미 채권시장은 한 번의 충격에도 깨지기 쉬운 상태”라고 지적하며 일본은행이 엔화 추가 폭락을 막기 위해 금리 상한선 정책인 ‘수익률곡선통제(YCC)’를 완화하면 채권 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일본의 미 국채 매도세가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일본 엔화 폭락이 세계 금융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만큼 앞으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브래드 세처 미 무역대표부(USTR) 선임 연구원은 향방에 대해 “앞으로 일본이 미 국채를 추가 매수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채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국채 수익률은 10년 만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요. 이 점도 일본 수요 감소의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연준 금리 인상과 계속되는 물가 인상으로 미국 국채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마저 등을 돌리면서 국채 수익률은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지 출처 : 서울경제)
엔화 약세 계속될 가능성 높아
문제는 환율 방어 정책으로 엔화 폭락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환율 변동은 시장 원리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데 이번처럼 정부가 임의로 개입하게 되면 환율 변동성이 높아집니다. 급격한 추락에 일본 정부가 급히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하면서 시장 개입에 나섰고, 엔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약 7엔 가량 하락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일본의 여건상 엔화 폭락을 맞기 위한 미 국채 매도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채 매도로 부족할 때는 결국 장기채 매도까지도 이어질 수 있고요.
앞으로 미국 금리는 4%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은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을 ‘0’에 가깝게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관 투자자들도 앞으로 미 국채 매도에 더욱 경쟁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이 또한 우려 요인 중 하나입니다.
미국 연준, 기준금리 속도 조절할까
역사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이처럼 상승했을 때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정책이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지난 1998년 9월 미국 대규모 헤지펀드 위기때도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자연스레 엔달러 환율도 안정화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엔화 가치의 방향은 연준 정책의 영향을 상당히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미 국채를 매도하는 이유와 그 영향, 엔 달러 등 향후 전망은 여기까지 설명드릴게요. 미 국채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채권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일본의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환율 방어 정책이 있는데요. 최근 연준 관계자가 ‘물가 상승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발언하며 매파적 방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요동치는 글로벌 금융 시장,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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