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블랙스완이라는 경제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을 뜻하는데요. 올 한해 블랙스완 경제 키워드는 무엇이고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이미지 출처 : 중앙일보)
블랙스완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돌발 악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랙스완이 터지면 전 세계 경제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위기를 맞게됩니다. 그래서 흔히 증시 대폭락이나 글로벌 위기와 같은 상황 때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죠.
원래 블랙스완은 검은 백조(흑조)를 뜻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1967년 호주에서 검은색 백조가 발견되면서 백조는 다 흰색이라는 통념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검은색 깃털의 고니인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지만요. 이 사건을 계기로 블랙스완은 기존의 경험과 관찰에 의한 지식에 매우 한계가 있다는 상징성을 지닌 단어가 되었습니다.
▲2022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 위험 요인 (이미지 출처 : 매일경제)
이후 블랙스완이 경제 용어에 본격 등장하게 된 계기는 바로 2007년 레바논 출신 금융 전문가 나심 탈레브가 쓴 <블랙스완>이라는 책입니다. 예상치 못한 경제 돌발 상황을 블랙스완에 비유한건데요. 그에 따르면 블랙 스완은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과거 경험을 통해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기대 가능한 영역 바깥에 있기 때문이죠. 둘째, 파괴적입니다. 글로벌 경제는 물론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만큼 강력한 파급력을 가집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셋째, 현실로 나타나면 그제서야 마치 예견했던 것처럼 전문가들이 나섭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도 많은 전문가가 경고했지만 실제로 대비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죠. 마치 “내가 외양간 무너질 줄 알고 있었어!”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거나 일어 터지고 나서야 사건의 인과관계를 파악에 나서는거죠.
그렇다면 올해 글로벌 경제의 블랙스완이 될 수 있는 사건은 어떤 게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작년에 이어 새해에도 우크라이나 악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국내에서는 주요 리스크 순위에도 잘 언급되지 않지만 해외 주요국에서는 심각한 리스크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채권시장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전쟁이 현 상황 그대로 유지될수도, 종전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전쟁을 기점으로 치솟았던 환율도 다시 1200원대로 하락하고 있고 급격히 유출됐던 외국인 자본도 작년 하반기들어 순유입이 늘면서 전쟁 우려가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리서치 결과 국내외 금융 경제 전문가 84명 중 우크라이나 리스크 확산을 주요 금융불안 요인으로 꼽은 경우는 약 18%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은 정기적으로 금융 리스크 설문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리스크 상위 항목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항상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보복성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죠.
(이미지 출처 : 머니투데이)
게다가 전쟁이 어떻게 될 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상황에 따라 초대형 블랙스완으로 급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겁니다. 당장 2월부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가 상한제 도입 국가에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유가가 다시 폭등할 수도 있는 상황인 건데요. 게다가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유가 상승, 환율 상승,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등이 겹쳐 채권시장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채 발행 규모나 금리를 고려했을 때 외국인의 채권시장 유입이 중요한 시점인데요. 뜻밖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간다면 채권시장에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②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물가상승이 시장의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경우 금리 변동성은 더 높아집니다. 조지아국립은행(National Bank of Georgia)이 선진국 인플레이션 사이클을 조사한 결과 물가상승률이 7% 정도로 급상승한 경우에는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작년 역대 최고를 기록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세로 접어들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대두되었는데요.
하지만 올초 다시 소폭 지수가 반등하면서 연준의 대응에 대한 신뢰도 다소 하락했습니다. 이번 소폭 반등은 임금 증가가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서비스업 중심으로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는데다 이민자 유입도 줄어들면서 고용시장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긴축 속도가 다시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물가상승은 이미 상존하는 위험이지만 앞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③ 중국 리오프닝 및 대만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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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일부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리오프닝)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인플레이션 상승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현재 코로나 감염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리오프닝 효과는 하반기에 들어야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리오프닝 효과가 금융시장에 먼저 반영될 수는 있는데요. 실제로 홍콩항셍지수는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1월3일과 4일에 각각 약 2%, 3% 급등했습니다. 중국이 위드코로나로 가면 경기 침체가 늦춰지면서 고금리가 장기화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국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역시 블랙스완으로 지목됩니다. 중국과 대만과의 전쟁은 미국이 개입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만큼 전쟁의 충격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에 대해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개입 전제하에 결국 중국의 대만 침공은 미국과 중국 간 싸움이 될 것”이라며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홍콩과 마카오, 중국 본토에까지 영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 대만 침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블랙스완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면 아예 없을 일이라도 배제하기보다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④ 세계 식량 위기
(이미지 출처 : 서울신문)
작년 파키스탄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이상기후와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요소 등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으로 실제로 작년에도 곡물 시장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는데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는 과거부터 계속되는 불안 요소인만큼 곡물 시장이 또 한 차례 요동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위기 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퍼머크라이시스(영구적 위기, Perma-crisis)’라고 합니다.
⑤ 인구 변화: 중국은 지고 인도가 뜬다
(이미지 출처 : 중앙일보)
위기는 또다른 기회라고 했던가요. 급속도로 성장하던 중국이 일명 ‘차이나 피크(China peak)’에 도달하면서 인도에 자리를 내어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지난 몇 백년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았던 나라가 바로 중국이었습니다. 하지만 4월부터는 인도 인구가 중국 인구를 넘어선다고 하네요.
이처럼 알 수 없는 블랙스완에 현명하게 대응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합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시장이 불안할 때 안전 자산에 투자금 대부분을 투자하고 나머지를 옵션 등 리스크가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전략을 ‘검은 백조 투자법’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약간의 손실을 가정하고 있지만 시장 폭락 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큰 위기는 한편으로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IMF사태 때 많은 중산층 몰락하고 빈부격차가 벌어졌지만, 증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신흥 부자가 많이 탄생한 사례가 있죠. 검은 백조 전략은 판이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판이 바뀌면 대응 방법도 달라져야겠죠. 그간의 경험치로 판단하거나 과거 사례를 고집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언제 블랙스완이 터질 지 모를 때는 가장 기본에 충실한 것이 최고의 투자 전략입니다. 리스크를 최대한 분산하는 겁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리스크 없는 투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도 있듯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더 크거나 작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한 군데에 몰빵하기보다는 여러 군데에 골고루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식도 여러 종목에 나눠서 투자하고, 투자도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채권 등 여러 자산에 돈을 나눠 넣어야 합니다.
코로나19를 시작으로 블랙스완이 여기 저기서 등장했던 지난 몇 년간 마음 고생이 심한 투자자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연이은 금리 상승에 물가상승까지 겹쳐 그야말로 살기 참 팍팍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대란, 미·중 반도체 전쟁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죠. 계묘년 새해에도 경기 침체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작년보다 더 힘든 1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블랙스완 경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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